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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1 (목)

‘2025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한국영화의 내일을 밝히다… 심재명·윤가은·유지태 영예의 주인공

11개 부문 수상자 공개… 창작·노동·연대가 만든 한국영화의 ‘새 기록’

 

한국 영화계의 한 해를 결산하는 제26회 여성영화인축제 ‘2025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이 총 11개 부문의 수상자를 발표하며 다채로운 성과를 기념했다. 제작·연출·연기·기술·다큐멘터리 등 전 분야에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여성영화인들의 업적이 조명된 가운데 올해 역시 한국영화의 지형을 바꿔온 인물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공로상의 주인공은 한국 영화 제작 시스템의 혁신을 이끌어온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가장 주목을 모았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명필름을 통해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건축학개론’ 등 굵직한 작품을 탄생시킨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제작자의 위상을 단단히 세운 상징적 존재다. 특히 2014년 ‘관능의 법칙’에서 상업영화 최초로 전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해 업계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사례는 지금도 영화계에서 회자되는 혁신적 시도다. 여성영화인모임은 “심 대표는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며 성평등한 영화 제작 환경의 기반을 닦았다”고 공로 선정 이유를 전했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영화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에게 돌아갔다. 윤 감독은 일상의 균열과 성장의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모두가 자기 세계의 주인’이라는 메시지를 잔잔하지만 깊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영화인모임은 “윤 감독은 관객에게 오래도록 남을 아름다운 세계를 선물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의 연출이 지닌 따뜻한 시선과 현실을 직시하는 예리함은 동시대 한국영화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의 강수연상은 배우 유지태가 선정됐다. 남녀 구분 없이 영화 산업 전 분야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한국영화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이에게 특히 의미가 깊다. 유지태는 2011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시작으로 13년 넘게 독립영화 후원 활동을 이어오며 창작자들에게 실질적 힘을 보탠 인물이다. 그가 직접 큐레이션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프로그램은 독립영화 저변 확대에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영화인모임은 “위기 속에서도 극장에서 영화의 가치를 지켜온 배우”라며 그의 꾸준한 연대를 높이 평가했다.

 

 

올해의 주요 창작 부문에서도 의미 있는 수상 소식이 이어졌다. 제작자상은 영화 ‘사람과 고기’를 만든 장소정 대표가 수상하며 작품성과 사회적 울림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각본상 역시 같은 작품의 임나무 작가에게 돌아가 두 부문에서 2관왕을 기록했다. 현실의 무게를 유머와 인간애로 연결하며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 각본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감독상은 영화 ‘3학년 2학기’를 연출한 이란희 감독이 수상했다. 학창 시절의 일상적 기록을 넘어 삶과 노동, 존엄의 가치를 성찰하게 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편 신인 감독상은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의 조희영 감독이 차지하며 새로운 여성감독의 등장도 알렸다.

 

 

연기 부문에서는 한예리와 서수빈이 이름을 올렸다. 한예리는 영화 ‘봄밤’에서 삶의 무게를 껴안는 연기를 통해 연기상을 받았으며, 서수빈은 ‘세계의 주인’에서 투명하면서도 강단 있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상은 ‘케이 넘버’를 연출한 조세영 감독, 기술상은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안정적인 카메라 워크로 판타지 액션의 시각적 균형을 잡아낸 전혜진 촬영감독에게 돌아갔다. 각 분야의 성취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올해 한국영화계가 쌓아올린 진일보한 성과를 확인하게 한다.

 

‘2025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2024년 11월 1일부터 2025년 10월 31일까지 개봉하거나 OTT에서 공개된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특히 연기상과 신인연기상은 현역 여성영화인들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는 점에서 업계 내부의 신뢰도 높은 평가로 인정된다.

 

올해로 26회를 맞는 본 시상식은 오는 16일 오후 7시,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배우 문소리의 사회로 개최된다. 한 해 동안 영화의 의미를 다시 묻고 영화계의 미래를 밝히는 이름들을 조명하는 자리인 만큼 올해 역시 한국영화계가 축적한 성취와 고민이 함께 공유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사진 : 2025 여성 영화인 축제 포스터, (왼쪽부터) 심재명 대표와 윤가은 감독, 배우 유지태, (왼쪽부터) 장소정 대표(영화사 도로시), 이란희 감독, 임나무 작가, 배우 한예리 / (왼쪽부터) 배우 서수빈, 조희영 감독, 조세영 감독, 전혜진 촬영감독 [㈔여성영화인모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