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월드타워 롯데시네마는 영화 ‘휴민트’가 남긴 묵직한 잔향을 공유하려는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액션의 거장 류승완 감독과 배우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정유진이 함께한 이번 GV현장은 작품의 깊이를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인간의 본질과 고독,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첩보 액션이라는 장르 안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탐구하는 심도 있는 시간이 되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의 출발점이 된 공간적 배경,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 감독은 “바닷물까지 얼려버리는 그 추위와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하얀 눈이, 진실을 숨긴 채 안으로 숨어들어야만 하는 스파이들의 삶의 방식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화 속 인물들이 입은 묵직한 코트와 무스탕은 60년대 프랑스 필름 누아르의 거장 장 피에르 멜빌의 ‘사무라이’를 향한 오마주이자, 인물들의 고립된 내면을 시각화하는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돋보이는 지점은 절제된 대사 사이를 채우는 배우들의 ‘뉘앙스’다. 박정민은 “내면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만큼이나 화면 안에서 박건이라는 인물로 보이기 위한 철저한 계산과 외면 연기가 중요했다”고 회상하며, 연기가 진심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도의 작업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가 박해준의 악역 연기에 대해 ‘자부심 강한 능글맞음’이 주는 묘미를 짚어내자, 박해준은 캐릭터가 지닌 깊은 고독을 언급하며 화답했다. 그는 황치성을 “자신만의 세상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면서도 이를 대의로 정당화하는 인물”로 해석했다고 설명하며, 그 내면에 자리 잡은 쓸쓸함과 지루함을 견디는 방식에 집중했음을 밝혔다. 동시에 현장에서 동료들과 나눈 유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음을 전하며 캐릭터와는 상반된 따뜻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극 중 선화 역을 맡은 신세경은 캐릭터가 지닌 용기에 주목했다. 그녀는 “선화가 휴민트가 되는 선택은 가족을 위한 희생이자 삶을 지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선화가 비로소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내렸을 때 느낀 안도감을 관객과 공유했다. 이어 정유진은 원칙을 중시하는 임대리가 조과장을 돕게 되는 과정에 대해 “인물 간의 전우애와 인간적인 성장이 바탕이 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박건과 선화의 음성 파일 장면에는 뜻밖의 비하인드가 숨어 있었다. 류승완 감독은 “박건이 선화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황치성이 감시하는 설정은 박찬욱 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혀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또한 박정민의 얼굴을 360도로 촬영하며 가장 박건다운 각도를 찾아냈던 제작진의 집요한 노력은,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향한 연출자의 깊은 신뢰와 애정이 빚어낸 결과물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의 본질을 관통하는 ‘휴민트(인적 정보)’라는 소재에 대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불가능한 첩보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첨단 기술이 진실을 조작하는 시대에 끝내 조작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사람의 마음’뿐이라는 감독의 철학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박건의 마지막 선택을 “자신의 죽음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으려는 순애보”라고 해석한 대목은 영화가 지닌 멜로적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마무리하며 류 감독은 “우리는 결국 언젠가 혼자 남아야 하는 고독한 존재들이지만, 숨이 붙어 있는 한 각자의 삶의 의미를 찾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 ‘휴민트’는 차가운 첩보물의 형식을 빌려왔으나 그 속에는 타인을 향한 진심과 인간 존엄에 대한 뜨거운 응원이 담겨 있었다. 이날 참석한 관객들은 감독과 배우들의 설명을 통해 작품이 지닌 장르적 성취와 그 이면의 주제 의식을 입체적으로 공유하며 자리를 마쳤다. 한편, 류승완 감독의 새로운 첩보 액션 영화 '휴민트'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사진 : 영화 '휴민트' GV [뮤즈온에어]
영상 : 영화 '휴민트' GV [뮤즈온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