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영등포 CGV에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깊은 여운을 함께 나누려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번 GV에는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과 평소 그와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손석구 배우가 참석하여, 유쾌한 웃음 속에 숨겨진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를 깊이 있게 풀어냈다. 장항준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생애 첫 사극에 도전했다. 그는 흔히 다뤄지는 계유정난의 권력 투쟁보다는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임금 단종과 그를 지켜보는 인물 엄흥도의 관계에 주목했다. 장 감독은 "실패한 정의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승자인 세조의 폭력성보다는 소외된 이들의 시선에서 역사를 재구성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특히 영화 속에서 거대한 악의 상징인 세조를 직접 등장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진짜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며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 관객의 몰입이 깨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정교한 해석을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손석구 배우는 관객의 입장에서 느낀 영화의 충격을 솔직하게 전했다.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갓 귀국한 그는 역사적 배경지식 없이 영화를 관람했다고 고백하며, 초반의 코믹한 분위기 덕분에 결말에서 희망적인 반전을 기대했으나 결국 마주한
1월 21일, 국내 개봉한 영화 '시라트(Sirocco)'는 올해의 첫 '충격적 논쟁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다. 이 작품은 제78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사운드트랙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예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이어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 예비 후보, 제83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음악상 노미네이트, 제38회 유럽영화상 9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광기(Variety)", "무시무시한(김혜리 영화평론가)", "타협 없는(Screen Rant)", "잊기 힘든(Cineuropa)"이라는 압도적인 평가는 이 영화가 선사하는 감각적 충격을 짐작게 한다. 지난 26일, 용산아이파크몰 CGV 열린 GV 현장은 이러한 열기를 증명하듯 관객들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대담자로 나선 원소윤 작가와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는 실종된 딸을 찾아 지뢰밭이라는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든 인물의 여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본질을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먼저 이은선 저널리스트는 이 영화를 21세기 영화 언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했
영화 <위키드: 포 굿>은 첫 장면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엘파바의 초록빛 실루엣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음악은 마치 오래된 동화책을 펼치는 것처럼 익숙한 분위기 속에 신선한 충격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1편의 화려한 마법 세계에 이어, 이번 작품은 "진실을 향한 용기"라는 묵직한 주제를 감정의 파동으로 전달한다. 사회가 규정한 '악'의 낙인과 책임을 짊어진 채 고립된 엘파바, 그리고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외로움을 삼키는 글린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같은 질문을 되뇐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신시아 에리보는 엘파바를 상처받은 인간의 복잡함으로 그려낸다. 특히 "No Good Deed" 장면에서 그녀가 토해내는 절규는 카메라의 회전 속에서 고독과 결의가 교차하며 관객의 숨을 멎게 한다. 마치 초록빛 안개가 영혼 깊숙이 스며드는 듯한 이 장면은 마법보다 강한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반면, 아리아나 그란데의 글린다는 빛나는 외피 아래 숨겨진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The Girl in the Bubble" 넘버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투명했던 거품이 금이 가는
반전의 설원에서 숨 막히는 스릴러가 시작된다. 폭설이 쏟아지는 새벽, 피투성이로 도움을 청하는 여성과 그를 둘러싼 의문의 사건, 영화는 "왜 다들 절 의심하죠?"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관객을 미궁 속으로 이끈다. 흰 설원과 붉은 핏자국, 차가운 병원의 조명 아래 펼쳐지는 첫 장면부터 긴장감은 숨 막히게 조여온다. 기억과 진실의 경계를 탐구하는 이 작품은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 불가능한 반전으로 관객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정려원이 연기한 도경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이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와 흔들리는 시선은 관객마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생생하다. 반면 이정은의 현주는 냉철한 경찰이지만 내면에 숨겨진 트라우마로 인해 사건의 진실에 점차 균열을 맞닥뜨린다. 두 배우의 연기 합은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기억의 주관성이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있다. 첫 장면, 병원 응급실 진입의 순간은 마치 얼음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섬세하면서도 냉정하게 기억을 흔든다. 흰 조명 아래 피 묻은 손이 떨리고, 그 떨림이 곧 관객의 숨을 잡아끈다. 흰 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은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과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국제적 주목받으며 영화적 업적과 문화적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며 한국에서도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서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어 상영되었으며, 감독의 수상은 이란 정부의 검열에 맞서 예술적 자유를 추구해온 그의 투쟁과 <그저 사고였을 뿐>의 사회적 메시지가 국제적으로 공감받았음을 방증한다. "억압된 기억을 직시하는 도발적 기록"이라는 평단의 찬사처럼, 영화는 개인의 트라우마와 사회적 정의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복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기억은 진실인가?"라는 물음은 SNS와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며, 예술영화 팬뿐 아니라 인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영화는 어둠 속 도로에서 개를 치는 사고로 시작된다. 임산부 아내와 딸을 태운 남자 에그발(주인공)은 사고 직후 수리소에서 바히드(추적자)를 만난다. 바히드는 에그발의 절뚝거리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뱉어 본 이 짧은 문장은 때로는 책임의 회피가 되고, 때로는 절박함의 고백이 되며, 때로는 폭력의 변명이 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 무심한 말 속에 숨겨진 인간의 윤리, 사회의 구조, 그리고 생존의 본능을 해부하듯 펼쳐놓는다. 그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이름 그대로 현대사회의 무기력한 윤리적 패배를 묻는 장르적 성찰이며, 동시에 한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그려낸 블랙코미디다. 영화의 주인공 유만수(이병헌)는 제지업체에서 25년간 성실히 일해 온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가정을 책임지고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며 두 마리 개까지 돌보는 가장이다. 그의 삶은 너무나 일상적이기에 특별할 것 없지만 바로 그 ‘평범함’이 박찬욱의 렌즈를 통해 사회 구조의 균열로 확장된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예고 없이 해고된 만수는 재취업 시장이라는 냉혹한 세계에 던져진다. 문제는 오랜 세월 쌓아온 자존감과 정체성마저 흔들린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손끝에서 흩어지는 ‘종이’는 더 이상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계약서의 냉정한 문구, 해고 통지서의 무정한 통보, 이력서에 새겨진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거리를 만든다. 처음엔 다정한 온기가 공기를 채웠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젖어, 그들은 서로의 숨소리마저 음악처럼 여겼다. 그러나 어느 날, 그들의 몸은 서서히, 아주 조용히 서로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피부 접촉에서 시작된 것이 점차 강한 결합으로 변해갔고, 물리적인 접착을 넘어 생리적인 리듬이 하나로 얽혔다. 그 사이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감정적 유대의 끈적임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쌓인 무게가 피부 아래로 스며들어 그들을 하나로 묶어버린 것이다. 마이클 생크스 감독의 신작 <투게더(Together)>는 이토록 낯선 방식으로 사랑을 말한다. 데이브 프랭코와 알리슨 브리가 연기하는 커플은 이제 더 이상 은유 속 연인이 아니다. 이 영화는 그들을 아예 하나의 육체로 융합시켜버림으로써, 관계의 본질에 대한 잔혹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바디 호러의 외형을 빌려 ‘사랑’이라는 감정의 끝을 보여준다. 팀과 밀리라는 오래된 커플은 설렘 대신 익숙함에 젖어 있다. 그들의 관계는 일상의 습기처럼 무겁고, 때로는 숨 막힌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이 붙기 시작한다. 손과 손이 떨어지지 않고,
영화 <살인자 리포트>가 시작되면, 관객은 즉시 주인공의 시선을 빌려 세상 속 숨겨진 진실을 직시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연쇄 살인을 추적하는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심리적 갈등과 인간 내면의 어둠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철학적 탐구가 숨어 있다. ‘살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주인공 김민정(조여정)은 사회적 책임감을 지닌 기자다. 그녀는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하지만 사건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윤리적 기준과 맞닥뜨리게 되고, 권력과 음모 속에서 흔들린다. 기자로서의 책임감과 개인적 갈등이 충돌하면서, 그녀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점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주요 인물 중 이철우(정성일)는 영화의 연쇄 살인범으로 등장한다. 그는 사건의 핵심 인물이며, 김민정과의 대립을 통해 영화의 심리적 긴장감을 한층 강화시킨다. 이철우는 자신의 심리적 복잡성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는 그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의 내면의 어두운 면을 점진적으로 풀어간다. 김민정이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점차 이철우의 고통과 심리적 갈등이 드러나며, 두 인물의 심리적 대립은 영
"기억은 마치 바람과 같아서, 우리는 그 방향을 볼 수는 없지만 그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2025년 여름, 애니메이션의 유산이 실사로 재탄생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원작을 복원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관객의 마음속에 잠든 감정을 깨우고, 그것을 현실의 감각으로 번역해낸 섬세한 감정적 오마주다. 2010년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용과 소년의 교감을 통해 성장의 철학을 담아내며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 되었다. 3부작으로 확장된 이야기는 히컵과 투슬리스를 상징적 아이콘으로 만들었지만, 실사화에 대한 우려는 분명했다. "기술적 완벽함이 정서적 결을 훼손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감독 딘 데블로이스는 "이번 작품은 확장이자 재창조" 라고 답한다. 데블로이스는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되, 감각의 질감에 집중했다. 바이킹 마을 경계에 선 히컵과 공포에서 이해로 변모하는 투슬리스의 관계는 실사 특유의 리얼리티로 더욱 풍부해졌다. 특히 두 주인공이 첫 교감을 나누는 장면은 압권이다. CG로 구현된 투슬리스의 눈빛과 히컵의 손길이 마주치는 순간, "공감은 문명의 가장 오래된 언어"(장 자크 루소)라는 말이 스크린에 새겨진다. 기술적 성취는 드래곤의 날갯짓, 비행
2025년 7월,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개봉되자마자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영화관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존 쥬라기 월드 시리즈가 주로 공룡과 인간의 충돌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번 작품은 한층 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공룡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다루면서, 기술과 자연의 균형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넘어 사회적, 시대적 맥락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와 이야기 흐름은 전작의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영화는 공룡들이 인간 사회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세계를 그리며, 기술과 자연이 서로 얽히고 얽힌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인간들이 공룡들과의 공존을 추구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중심으로, 영화는 윤리적 질문과 함께 감동적인 드라마를 펼쳐나간다. 중요한 건, 공룡들이 단순한 ‘위협’의 존재로 그려지지 않고, 이제는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하는 모습을 그려낸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캐릭터들의 관계가 작품의 뼈대를 이루며, 갈등과 유대를 이어간다는 점이 눈에 띈다.스칼렛 요한슨은 기존의 액션 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