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의 객석은 영화 '보이(BOY)'가 남긴 네온빛 잔상과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이상덕 감독의 독창적인 세계관에 조병규 배우의 치열한 캐릭터 해석이 더해진 이번 GV는 작품의 본질을 깊숙이 파고드는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백은하 배우연구소장의 진행 아래, 영화가 표방하는 ‘네온-느와르’의 실체와 불친절한 서사 이면에 숨겨진 견고한 골조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본격적인 대화가 펼쳐졌다.

이상덕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의 독립 영화적 문법에서 탈피해 장르물의 원형에 도전하고자 했다. 성장, 범죄, SF라는 이질적인 장르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그가 선택한 전략은 철저한 절제였다. 불필요한 서사와 미사여구를 걷어내고 인물의 인상과 핵심적인 이미지만을 남긴, 이른바 ‘체지방 0%의 시나리오’를 구축한 것이다. 조병규 배우 역시 캐릭터를 억지로 설명하려 하기보다 의상과 소품, 공간이 뿜어내는 공기에 자신을 온전히 맡김으로써 ‘로한’이라는 인물의 실체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인물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도 이어졌다. 조병규 배우는 극 중 모자장수와 교환, 그리고 로한을 한 인물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투영된 연속적인 메커니즘으로 해석했다. 그는 로한이 제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타인의 안부를 묻는 '사랑'의 가능성을 발견했음에도 결국 그곳에 남기를 선택한 지점에 주목했다. 이는 형인 교환과의 뒤틀린 관계에 대한 대가이자,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감독은 “로한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고, 제인은 그 세계를 지켜본 독자였다”는 비유를 덧붙이며 인물들의 상징성을 견고히 정의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영화의 무거운 톤과 달리 유랑극단처럼 끈끈했던 제주도 촬영 에피소드들로 채워졌다. 조병규 배우가 제안한 핑크색 신발 설정이나, 가장 좋은 광량을 기다려 촬영한 제인과의 춤 장면 등은 치밀한 계산과 유연한 협업이 만든 미학적 성취였다. 이상덕 감독은 영화의 엔딩 곡을 함께 들으며 느꼈던 울컥한 감정을 공유하며 작품의 마지막을 완성해 준 이들에게 깊은 신뢰를 보냈다.


개봉 이후 여섯 번째로 관객과 호흡해 온 여정은 공식적인 마지막 GV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했다. 조병규 배우는 매회 자리를 채워준 관객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이 시간이 정말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는 애정 어린 소회를 밝혔다. 이상덕 감독 또한 "끝까지 가는 것이 나의 폼"이라는 위트 있는 포부와 함께 모자장수의 과거를 다룬 스핀오프 구상을 내비쳐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보이(BOY)'는 이번 대화를 끝으로 상실과 성장의 지독한 열병을 앓는 소년의 세계를 관객들의 마음속에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영상 : 영화 '보이(BOY)' GV [뮤즈온에어]
사진 : 영화 '보이(BOY)' GV [뮤즈온에어], 영화 '보이(BOY)' 포스터 및 스틸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