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음”이라는 핑계 혹은 그 너머의 절규!
“어쩔 수 없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뱉어 본 이 짧은 문장은 때로는 책임의 회피가 되고, 때로는 절박함의 고백이 되며, 때로는 폭력의 변명이 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 무심한 말 속에 숨겨진 인간의 윤리, 사회의 구조, 그리고 생존의 본능을 해부하듯 펼쳐놓는다. 그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이름 그대로 현대사회의 무기력한 윤리적 패배를 묻는 장르적 성찰이며, 동시에 한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그려낸 블랙코미디다. 영화의 주인공 유만수(이병헌)는 제지업체에서 25년간 성실히 일해 온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가정을 책임지고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며 두 마리 개까지 돌보는 가장이다. 그의 삶은 너무나 일상적이기에 특별할 것 없지만 바로 그 ‘평범함’이 박찬욱의 렌즈를 통해 사회 구조의 균열로 확장된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예고 없이 해고된 만수는 재취업 시장이라는 냉혹한 세계에 던져진다. 문제는 오랜 세월 쌓아온 자존감과 정체성마저 흔들린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손끝에서 흩어지는 ‘종이’는 더 이상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계약서의 냉정한 문구, 해고 통지서의 무정한 통보, 이력서에 새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