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가 11~12회를 끝으로 숨 막히는 여정을 마무리했다. 공개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진짜 파멸 멜로였다”는 평이 잇따랐다. 5주간 거침없는 전개로 시청자를 몰아붙인 이 작품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과 절망을 교차시키며, 세 인물이 걸어온 굴곡의 끝을 잔혹하게 펼쳐 보였다.
이번 회차의 중심에는 백아진(김유정)이 맞닥뜨린 또 다른 형태의 지옥이 있었다. 피습 사건 이후 그의 주변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김재오(김도훈)였다. 그는 백아진의 주변 인물인 심성희의 갑작스러운 입원, 그리고 문도혁(홍종현)과 그 병원 사이의 석연치 않은 연결고리를 추적하며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그의 불안은 곧 현실이 됐다. 기억이 툭툭 끊어지는 백아진은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고, 그가 도움을 요청했던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할 만큼 균열이 깊어지고 있었다.
백아진의 혼란을 확인한 김재오는 더는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백아진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위치를 지키기 위해 이혼조차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문도혁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백아진이 차마 내딛지 못한 선택을 대신 감당하겠다는 일방적이면서도 절박한 구원 선언이었다.
한편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윤준서(김영대)는 갈등 끝에 김재오를 찾아갔다. 하지만 자신도 상처와 혼란 속에 놓여 있던 그는 쉽게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한발 물러섰다. 이로 인해 김재오와의 대립이 깊어졌고,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그럼에도 윤준서가 백아진을 향한 애정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후의 결정을 암시하듯 가슴에 걸림돌로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윤준서는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백아진과 마주하게 된다. 물에 젖은 채 떨고 있던 백아진은 오랫동안 억눌러온 두려움과 분노를 터뜨렸다. “여전히 버려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는 그의 한마디는 화려한 겉모습 아래에 숨겨져 있던 취약함을 드러내며 윤준서를 흔들었다. 이 장면은 극 전체를 관통하던 ‘구원과 파멸’의 질문을 다시 한 번 압축해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결국 비극의 불씨를 끄려던 김재오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고, 그 선택은 되돌릴 수 없는 파문을 일으켰다. 윤준서 역시 더는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택한 방식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끝으로 몰아넣는 선택이었다. 백아진의 화려한 추락이 펼쳐지는 가운데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한 번 예측할 수 없는 갈래로 흘러갔다.
‘친애하는 X’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형화된 멜로나 스릴러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원작에서 확장된 서사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더욱 섬세하게 끌어올렸고, 매회 다른 국면으로 급전환되는 전개는 시청자에게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 자체를 던지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유지했다. 특히 마지막 두 회는 인물 각각의 상처와 선택이 충돌하며 어느 누구도 온전한 승자가 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거세게 몰아쳤다.
또한 배우들의 열연 또한 결말의 여운을 단단히 뒷받침했다. 김유정은 사랑과 욕망, 두려움과 오만이 얽힌 복잡한 내면을 날 선 연기로 표현해냈고, 김영대는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도 지키고 싶은 대상을 붙잡으려는 절실함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김도훈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극의 긴장축을 흔드는 존재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이 끝난 뒤에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들의 선택은 정말 파멸이었나, 혹은 또 다른 시작이었나”라는 해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친애하는 X’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 생존의 본능을 적나라하게 파고들며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의 새로운 기준선을 제시했다. 한편,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는 플랫폼을 통해 전편을 다시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티빙 '친애하는 X'
뮤즈온에어 채유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