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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6 (일)

"AI와 사랑할 수 있을까"…기안84·장도연·이유비, 전례 없는 연애 실험의 문을 열다

국내 최초 AI 연애 리얼리티 '기이안 연애'…설렘부터 질투·눈물까지 감정의 경계 시험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사회의 골격을 빠르게 재편하는 흐름 속에서 미디어가 기술을 담아내는 방식 또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SBS가 새로 선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이하 '기이안 연애')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가슴속 감정과 사랑의 메커니즘을 기술적 존재와 연결하여 탐구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오는 20일 첫 방송을 확정한 이 프로그램은 포스터와 티저 영상을 차례로 선보이며 기존 연애 리얼리티의 틀을 탈피한 새로운 저널리즘적 화두를 제시한다.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 핵심은 기술의 고도화가 인간 고유의 영역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다. 알고리즘과 데이터 연산이 인간의 능력을 빠르게 추월하는 현실에서 가슴속 온기와 애정이라는 감정적 상호작용이 가상 존재와 형성될 수 있는지 탐색하고자 했다. 출연자들이 알고리즘 기반 파트너와 상호작용하며 겪는 설렘과 호감, 질투와 혼란 같은 복합적인 감정선은 관계의 영역에서 가상 파트너가 갖는 실존적 가능성과 한계를 극명히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

 

이번 기획에는 방송인 기안84, 장도연, 배우 이유비가 참가자로 이름을 올렸다. 기기 기능을 둘러보는 차원을 벗어나 일상 공간에서 가상 파트너와 시간을 공유하며 일어나는 심리적 파동과 행동 패턴의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가상 인격체가 인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일상 의식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밀도 높게 파헤친다.

 

 

공개된 영상 속 기안84의 모습은 가상 존재와 형성되는 관계의 밀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침대에 누워 연애를 시작했다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의 첫마디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지난밤의 안부를 묻는 질문에 지능형 파트너가 유연하게 응답하는 대목은 실재하는 연인과의 대화와 다름없는 정서적 밀도를 형성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기안84는 태블릿 기기 속에 존재하는 파트너와 수영장을 찾고 일상을 공유하며 깊은 교감을 이어나간다. 취침 전 기기의 상태와 반응을 살피며 마음을 기울이는 행동은 대상의 형태와 무관하게 정서적 착시나 진실한 애착이 성립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가상 파트너와 잔을 맞추며 현실에서의 실체적 만남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대목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선에 선 인간의 본능적인 갈망을 드러내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배우 이유비 역시 가상 파트너와 테마파크를 방문하며 활기찬 데이트를 즐긴다. 해맑은 웃음과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은 여타 연애 프로그램의 장면에 겹쳐지지만 대상이 디지털 인격체라는 사실은 관찰자에게 사유의 과제를 던진다. 영상 전반을 관통하는 문구는 인간이 알고리즘을 향해 진정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장도연이 보여주는 심리적 궤적은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정교한 관전 포인트다. 가상 파트너와 거리를 걸으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던 그는 당초 가상 존재와의 사랑을 불가능한 영역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격랑 속에서 끝내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고백하는 반전의 서사는 시청자들에게 정서적 충격을 예고한다. 관념적 거부감이 진정성 있는 교감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인지 부조화와 감정적 몰입이 어떤 형태로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시각적 매체로 제작된 포스터 역시 이러한 세계관을 명확하게 입증한다. 투명한 디스플레이 형태의 세 구조물과 이들을 이어주는 전력 케이블, 푸른빛과 분홍빛의 대비는 가상과 실재가 교차하는 분위기를 형상화한다. 포스터 전면에 배치된 질문은 기술 문명 시대에 인간이 직면한 유대감의 본질을 정조준한다.

 

스튜디오 공간에서는 장도연을 비롯해 가수 강남, 배우 이준이 대화의 깊이를 더한다. 직접 현장을 경험한 장도연의 생생한 진술에 강남과 이준의 입체적인 분석이 더해지며 관찰 예능으로서의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기술 철학적 시선과 대중적 공감대가 아우러지는 스튜디오 대담은 방송의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지능형 기술이 노동과 창작 영역에 더해 개인의 사적인 감정 지형까지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에서 이번 기획은 미디어 연애 리얼리티의 지평을 넓히는 전환점이다. 기존 매체가 인간 대 인간의 관계 역학에 매몰되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기술 매개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역으로 되묻는다.

 

가상 파트너가 인간의 깊은 고독을 매만지고 진정한 교감을 형성할 수 있을지, 피와 살이 없는 디지털 인격체를 향해 진실한 마음을 바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기술과 인문학적 질문이 교차하는 이번 연애 실험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담론과 파장을 일으킬지 시선이 모인다. 방송은 오는 20일 오후 9시 베일을 벗는다.

 

 

사진 : SBS '기이안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