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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7 (금)

[현장취재] 20주년에 다시 뭉친 최동훈 감독X유해진… 우리가 몰랐던 ‘타짜’ 찐 타임라인

제30회 BIFAN 메가토크 진행… 시나리오 각색부터 촬영 비화까지 가감 없이 공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린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한국 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 '타짜'의 개봉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메가토크가 막을 올렸다. 행사에는 연출을 맡았던 최동훈 감독과 극 중 고광렬 역을 독창적인 연기로 소화해 낸 배우 유해진이 참석해 관객들과 깊이 있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향해 최동훈 감독과 유해진 배우는 감사의 뜻을 전하며 20년 전 촬영 현장의 생생한 기억을 가감 없이 풀어놓았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흥행에 성공한 후 차기작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컸다는 최동훈 감독은 당초 구상하던 작품 대신 제작사의 제안으로 '타짜'의 메가폰을 잡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최 감독은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처음에는 연출을 고사하며 도망 다녔지만 13개월 동안 각색에 매달리며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였다.

 

진짜 난관은 촬영 종료 직후에 찾아왔는데 화투라는 소재의 특성상 명절 특수를 노려 추석 개봉 일정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8월에 촬영을 마친 제작진은 불과 2주 반 만에 편집을 완료하고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녹음을 마치는 등 물리적인 한계를 시험하는 후반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최 감독은 당시 일 수면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며 완성한 결과물이 다소 정형화되지 않고 들떠 있는 구조를 지녔다고 생각했으나 도리어 그 불완전한 리듬감이 관객들에게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왕의 남자'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힌 직후 '타짜'에 합류한 유해진 배우는 고광렬이라는 인물이 연기 인생의 중대한 분기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30대 후반이던 그 시절 배우로서의 입지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래가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유해진 배우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비로소 연기 활동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행보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도 본인의 대표작을 꼽을 때 고광렬을 가장 먼저 연상한다는 그는 캐릭터에 대한 깊은 유대감을 나타냈다.

 

영화에서 고광렬 특유의 속사포 같은 대사 톤은 연출자의 명확한 계산에서 비롯되었다. 최 감독은 유해진 배우에게 호흡을 최소화하며 대사를 신속하게 구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유해진 배우는 이를 훌륭하게 수행하며 인물의 독보적인 개성을 확립했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중국집 대면 장면은 촬영 전날 급박하게 추가된 설정이었다. 고니가 누나에게 가 돈을 전달하는 서사가 누락된 것을 인지한 최 감독이 현장에서 대사를 작성해 유해진 배우에게 전달하며 제한된 시간 내에 소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해진 배우는 대기 공간에서 신속하게 대사를 숙지한 뒤 소포품인 식초 병을 활용하는 즉흥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현장의 모든 스태프가 본인의 연기만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극심한 책임감과 고립감을 경험했으나 그만큼 연기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고광렬이 정마담에게 고니의 행방을 묻는 계단 장면 역시 유해진 배우의 제안으로 촬영 전날 수정되었다. 최 감독은 고광렬이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입체적인 인물이라며 배우의 통찰력 있는 제안 덕분에 인물이 가진 따뜻한 정서가 온전히 투영될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영화의 시각적 요소를 구성했던 화폐 조달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도 공유되었다. 2005년 제작 당시에는 5만 원권이 발행되기 이전이어서 만 원권 모형 지폐를 제작하는 데만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었고 그 부피가 화물차 한 대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최 감독은 현장에서 현금을 계수하는 과정이 지체되자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거래 수단을 칩으로 변경하거나 소쿠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출 전략을 수정했다.

 

기차 객차 사이에서 화폐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하이라이트 장면은 야간에 기차를 운행하며 장시간 촬영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이 실제 화폐로 오인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장 진행 요원들이 이동하며 주민들에게 수거를 만류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촬영은 지속되었다.

 

 

최동훈 감독과 유해진 배우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우연히 방송에서 '타짜'를 접하면 시청을 멈추게 된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장영규 음악감독이 구축한 쓸쓸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선율이 작품의 시각적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연출해 주었다고 동료 음악가에게 공을 돌렸다.

 

아울러 청년 시절의 과감했던 연출 방식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채로운 유행어를 남기며 대중문화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타짜'의 의미를 되새기며 최동훈 감독은 기존 성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기작을 선보이기 위해 현재 장르적 융합을 시도한 서사를 집필 중이라고 전했다. 유해진 배우 역시 향후 더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관객들과 만날 것을 약속하며 행사는 관객들의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영상 : 제30회 BIFAN '타짜' 20주년 메가토크 [뮤즈온에어]

사진 : 제30회 BIFAN '타짜' 20주년 메가토크 [뮤즈온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