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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4 (화)

[현장GV]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과 도이 노부히로의 연출이 맞닿은 곳, 영화 '짝사랑 세계'의 상호 감응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짝사랑 세계'의 상영 종료 후 GV가 진행되었다. 진행을 맡은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와 게스트로 참석한 배우 전소니는 작품이 내포한 사후 세계의 정서와 서사적 함의를 밀도 높은 언어로 풀어내며 객석과 깊이 있게 호흡했다.

 

 

영화 '짝사랑 세계'는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와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협업한 신작이다. 어린 나이에 예기치 못한 참사로 세상을 떠난 세 주인공 미사키(히로세 스즈), 유카(스기사키 하나), 사쿠라(키요하라 카야)가 저승과 이승이 중첩된 경계에서 12년 동안 성장하며 겪는 내면의 파동을 다룬 작품이다.

 

 

이날 대화는 독보적인 대사 스타일로 유명한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세계관을 해체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은선 저널리스트는 그의 대표작 드라마 '콰르텟'에 등장한 명대사 “울면서 밥을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를 언급하며 이번 영화 '짝사랑 세계' 속 대사들이 건네는 위로의 방식을 분석했다. 이어서 영화 속 “삶과 죽음은 큰 차이가 없는 거야. 아주 조금 엇갈린 곳으로 이동하는 것뿐이지”, “인류는 아직 세계의 일부만 보고 있다.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가 훨씬 많다”라는 대사를 짚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차원을 긍정함으로써 참사의 희생자들과 남겨진 이들에게 궁극적인 위안을 전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에 배우 전소니는 뜻밖의 대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조금 안다고 일일이 지적하는 건 좋지 않아”라는 대사를 언급하며 “요즘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그런 태도를 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며 “창작자가 심어놓은 자기최면 같은 이 대사 덕분에 안 그러겠다는 마음을 품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전해 객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대화의 흐름은 제목에 명시된 ‘세계’라는 단어가 지닌 정체성으로 이어졌다. 이은선 저널리스트는 평소 비평 원고를 쓸 때 스스로 ‘세계’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그 기원이 일본 서사 문화의 영향에 있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는 한국어의 ‘세상’과 ‘세계’가 지닌 뉘앙스 차이를 일본어의 ‘요노카(世の中)’와 ‘세카이(세계)’의 맥락으로 확장하여 설명했다. 세상이 인간이 부딪치며 살아가는 현실적인 삶의 양식을 뜻한다면 세계는 한 자아가 감각하고 시공간을 투영하는 훨씬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영역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특유의 ‘화(和)’ 정서, 즉 집단의 조화를 위해 개인의 모난 부분을 깎아내는 전체주의적 성향이 역설적으로 개인의 내면을 깊어지게 만들었고, 이것이 사후 세계라는 닫힌 공간을 경유하여 발현되었다는 입체적인 시각을 덧붙였다. 배우 전소니 역시 이에 깊이 공감하며 본인이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느꼈던 감각을 공유했다. ‘짝사랑 세상’이 아닌 영화 '짝사랑 세계'라는 제목이 채택됨으로써 현실 차원과 나란히 존재하는 독립된 영적 궤도가 한층 선명하게 시각화된다는 점을 포착해 냈다.

 

 

영화의 장르적 외피는 ‘멜로’이지만, 그 작동 방식은 보편적인 로맨스의 규칙을 전복한다. 비평적 관점에서 멜로드라마의 성립 조건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의 견고함’에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문이라는 장벽을 세웠다면, 영화 '짝사랑 세계'가 세운 벽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단절’이라는 절대적인 제약이다.

 

전소니는 이 장벽이 만들어낸 서사적 비틀림에 주목했다.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지상에 남겨진 삼 자매가 먼저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는 구도일 것이라 짐작했으나 본편은 오히려 사후 세계에 고립된 존재들이 지상의 인물들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역방향의 구도를 취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길조차 없는 이 ‘일방향의 마음’이야말로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가 설계한 가장 강력한 멜로의 동력이라는 점에 두 대담자의 의견이 일치했다.

 

영화의 중반을 넘어서며 대화는 작품이 품은 사회비평적 시선으로 확장되었다. 어린 나이에 멈춰 선 채 사후 세계에서 12년을 살아온 주인공들의 배경은 자연스럽게 거대 참사의 기억을 환기한다. 이 저널리스트는 이를 한국 사회가 겪어낸 역사적 트라우마들과 연결 지었다. 갑작스러운 사회적 비극으로 생을 온전히 매듭짓지 못한 희생자들에게 가상의 공간에서나마 나이를 먹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유예된 시공간을 부여한 것이며 이는 창작자가 참사 희생자들과 그 세대에게 건네는 따뜻한 선물과 같다는 취지다.

 

관객과의 소통 과정에서는 ‘예술을 통한 치유’라는 본질적인 화두가 던져졌다. 극 중 인물들이 연극과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슬픔을 다루듯 현실의 예술 역시 인간이 차마 스스로 울지 못할 때 ‘대신 울어주는 대리 배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고립된 개인의 슬픔을 공동체의 상호 감응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영화 '짝사랑 세계'가 사후 세계를 빌려 실천하는 진정한 애도의 방식이다.

 

 

영화 '짝사랑 세계'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합창 신은 이번 메가토크의 분석이 도달한 종착지였다. ‘슬픔이 없는 세계는 없다’는 가사처럼 영화는 삶의 비극성을 억지로 부정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꽃이 지더라도 씨앗은 그 기쁨을 기억하듯 상실의 고통 속에서도 연결의 감각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함을 역설한다.

 

스크린 위 유령들의 이야기는 이처럼 현실의 우리가 타인의 상실을 어떻게 기억하고 증명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화두로 이어진다. 이번 GV는 영화 '짝사랑 세계'가 관객 개개인에게 던진 슬픔과 연대의 의미를 가슴 깊이 되새기며 따뜻하게 막을 내렸다.

 

 

영상 : 영화 '짝사랑 세계' GV [뮤즈온에어]

사진 : 영화 '짝사랑 세계' GV [뮤즈온에어],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