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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4 (화)

영화 <교생실습>의 유쾌한 반란, 수능 괴담을 비추는 풍자의 거울

한선화표 코믹 감각과 B급 미학으로 해체한 대한민국 입시 강박증

 

한국 공포영화에서 학교는 언제나 특별한 장소였다. 원한이 쌓이고 폭력이 반복되며 집단의 압력이 개인을 압도하는 공간, 즉 귀신이 없어도 충분히 무서운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는 오랫동안 한국 장르영화의 훌륭한 무대가 되어왔다. 하지만 영화 '교생실습'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학교에 귀신을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학교 자체가 귀신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라고 웅변한다.

 

 

김민 감독의 '교생실습'은 언뜻 보면 기이한 학원 코미디 호러처럼 보인다. 모교로 교생실습을 나온 은경(한선화)은 학교 안에서 수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전국 모의고사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비밀 동아리와 흑마술 의식 그리고 학교에 떠도는 수능 귀신의 괴담까지 설정만 놓고 보면 일본식 학원 오컬트물과 한국형 입시 풍자가 뒤섞인 B급 장르영화의 외형이다. 실제로 영화는 그러한 외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대목은 영화가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에서 진짜 공포는 외계의 존재가 아니라 귀신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절박함에서 발생한다.

 

 

'교생실습'이 포착하는 학생들은 흔히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수동적인 희생양이 아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귀신을 소환한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 더 높은 등수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영화 속 수능 귀신은 초자연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은유다. 그것은 특정한 누군가의 원혼이라기보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해온 집단적 강박의 형상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획득한다. 우리는 흔히 공포영화를 보며 귀신의 정체를 궁금해하지만 '교생실습'은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왜 학생들은 귀신에게까지 의지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이다. 이 질문이야말로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김민 감독은 정통 호러의 문법을 답습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는 공포를 자아내는 대신 공포를 해체한다. 귀신은 등장하지만 무섭기보다는 우스꽝스럽고 비명은 터져 나오지만 곧 웃음으로 이어진다. 서사 곳곳에는 일본 B급 호러와 VHS 시대 학원괴담, 인터넷 밈 문화, 게임적 상상력이 뒤섞여 있다. 네온 조명과 과장된 분장, 일부러 조잡하게 연출한 특수효과는 영화를 허술하게 만드는 대신 독창적인 미학으로 기능한다.

 

 

특히 인상적인 요소는 미장센과 공간 활용이다. 학교는 점차 현실 공간이 아니라 게임 속 던전처럼 변모한다. 복도는 미궁이 되고 시험장은 제단이 되며 교무실은 권력의 성채가 된다. 수능 귀신이 지배하는 세계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진 공간이다. 이는 장르적 유희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학교가 차지하는 위상을 상기할 때 이 공간의 변형은 곧 교육 시스템을 향한 매서운 해학이다. 학생들이 헤매는 미궁은 입시 경쟁이라는 거대한 구조의 시각적 은유에 가깝다.

 

그렇다면 영화는 왜 코미디를 선택했을까. 감독은 이미 해답을 쥐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교육 현실은 그 자체로 과장되어 있기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순간 오히려 현실의 기괴함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처사다. 학생들이 귀신과 계약을 맺고 시험을 치르는 설정은 황당하지만 그 황당함은 현실의 과잉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귀신에게 영혼을 파는 학생들의 모습은 결코 판타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성적을 위해 현재의 삶을 유예하는 현실의 학생들과 오버랩되며 씁쓸한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러한 균형을 지탱하는 동력이다. 특히 한선화는 극 전체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은경이라는 캐릭터는 자칫하면 만화적 과장에 갇힐 수 있는 인물이지만 한선화는 특유의 생활 연기와 코믹 감각으로 인물을 현실 위에 안착시킨다. 허둥대고 실수하면서도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영화가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인간적인 온기의 근원이다.

 

다만 영화가 완벽한 성취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의 해결 방식은 다소 안전한 선택으로 기울어진다. 초중반이 보여준 광기 어린 상상력에 비해 결말은 예상보다 정석적인 성장 서사에 머문다. 극이 구축한 기묘한 세계관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더욱 파격적인 결말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한계는 영화의 본질을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교생실습'은 세상을 비웃을지언정 인간을 비웃지는 않는다. 영화는 냉소보다 애정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 귀신이 아닌 학생들의 손을 잡는다.

 

결말부의 죽음의 모의고사는 맥락 없는 클라이맥스가 아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의 최종 형태다. 만점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이지선다 앞에서 학생들이 시험 자체를 거부하는 순간 귀신의 권력은 와해된다. 이 장면은 오컬트적 퇴치의 순간이 아니라 강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하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결국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시험이 중요할지언정 절대적 가치일 수는 없으며 삶보다 우선하는 성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이 때문에 '교생실습'의 마지막 장면이 남기는 여운은 의외로 깊은 울림을 준다. 귀신은 사라졌지만 영화가 던진 질문은 명확히 남는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경쟁하는가, 그리고 그 경쟁은 언제부터 인간이라는 가치보다 비대해졌는가라는 의문이다. 때로는 산만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장난스럽다. 그러나 적어도 안전한 공식에 안주하는 영화는 아니다. 한국 상업영화가 매너리즘에 빠져 익숙한 문법 안으로 수렴해가는 형국에서 이 작품은 기꺼이 이상한 길을 자처한다. 공포와 코미디, 청춘물과 사회풍자를 하이브리드하며 자신만의 기묘한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 한가운데에서 가장 한국적인 괴담을 길어 올린다.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성적표다. 영화 '교생실습'은 그 엄혹한 사실을 무엇보다 재기 발랄하게 입증하는 수작이다.

 

 

사진 : 영화 '교생실습' 포스터 및 스틸컷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