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정지영 감독의 신작 영화 '내 이름은'의 GV가 많은 이들의 발길 속에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영화 전문 작가인 김세윤의 진행 아래 작품의 중심축을 담당한 배우 염혜란, 신우빈, 김설진이 참석하여 영화가 품고 있는 시대적 비극과 그 속에 투영된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4·3 사건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아픈 지점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그것이 과거의 박제된 사건에 머물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지를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 '내 이름은'은 1948년 제주에서 일어난 비극을 경험한 어머니 정순과 자신의 이름이 콤플렉스였던 아들 영옥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주연을 맡은 염혜란은 극 중 정순이 겪는 고통이 역사적 상징에 그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생명력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했다.
그녀는 감독의 조언을 빌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받아낸 어머니의 모습을 대변하면서도 그 고통이 삶을 즐기거나 이어나가는 힘을 꺾지 못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엔딩 크레딧과 그 속에 담긴 의미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며 현장에 모인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생애 첫 오디션을 통해 영옥 역을 거머쥔 신우빈은 신예답지 않은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4·3이라는 거대한 사건보다 가족이라는 본질적인 관계에 집중하여 연기에 임했음을 고백했다. 어머니 정순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제주 4·3이 과거의 기억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와도 긴밀하게 연결된 살아있는 서사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염혜란과 나눈 일상적인 교감과 즉흥적인 연기들이 영화 속 모자 관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토대가 되었음을 덧붙였다.
제주 출신이자 무용가로도 활동 중인 김설진은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진솔한 고백으로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과거 제주 도민들이 겪었던 공포와 생존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침묵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어릴 적 조부모로부터 들었던 참혹한 증언들을 연기에 녹여내며, 이념적 가치보다 소중한 가족의 안위를 지키고자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작품을 해석했다. 특히 그가 연기한 장면 중 딸을 안고 필사적으로 달리는 장면이나 죽음의 순간을 묘사한 신체 연기는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대화의 흐름은 영화 속 상징물과 음악에 담긴 속뜻을 세밀하게 짚어보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엔딩 곡으로 사용된 김민기의 '친구'에 대해 염혜란은 정순의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 기교를 덜어내고 덤덤하게 부르려 노력했던 과정을 회상했다. 또한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이름이라는 소재에 대해서도 배우들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잊힌 이름들을 불러내고 그들의 삶을 마주하는 행위 자체가 비극을 승화시키는 과정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진행을 맡은 김세윤 작가는 비극적인 역사를 등에 짊어지는 짐이 아니라 품에 안고 가는 꽃처럼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영화가 가진 치유의 기능을 역설했다. 관객들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질의응답을 통해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에 동참하며 78년 전 제주의 봄이 오늘날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고백을 확인하며 GV를 마무리했다.
영상 : 영화 '내 이름은' GV [뮤즈온에어]
사진 : 영화 '내 이름은' GV [뮤즈온에어],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