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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0 (일)

제주 비극을 세계로 확장한 영화의 힘, 해외 호평 속 관객 연대 확산

이탈리아서 기립박수…국내 릴레이 상영 열기까지 이어진 공감의 물결

 

제주4·3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 ‘내 이름은’이 국내외에서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해외 영화제의 잇단 초청과 함께 국내에서는 자발적 관람 운동으로 확산되며 작품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입증하는 흐름이다.

 

최근 영화 ‘내 이름은’은 이탈리아에서 열린 우디네 극동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현지 관객과 만났다. 지난 29일 우디네 누오보 조반니 극장에서 진행된 상영 직후 객석에서는 긴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으며 작품이 전달하는 정서적 울림이 국경을 넘어 공감을 형성했음을 보여줬다.

 

영화제 측은 해당 작품을 “안정된 완성도를 유지하는 수작”으로 평가했고, 집행위원장 사브리나 바라체티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서사가 전 세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 작품은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은 바 있어 한국 사회의 역사적 상처를 다룬 서사가 글로벌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개인의 정체성과 가족의 기억, 그리고 국가폭력의 상흔을 유기적으로 엮어낸 서사 구조는 단순한 지역적 사건을 넘어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 반응 역시 뜨겁다. ‘내 이름은’은 개봉 이후 단체 관람과 릴레이 상영을 중심으로 관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430인 릴레이 상영회’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정치권, 종교계, 문화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이 참여하며 사회적 연대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내외의 관람을 시작으로 배우 박중훈, 고두심, 감독 장항준, 작가 윤태호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동참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이 같은 흐름은 관객 수 증가로도 이어졌다. 개봉 2주 차에 16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학생 단체 관람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며 교육적 콘텐츠로서의 가치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제주4·3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면서, 영화가 단순한 오락 콘텐츠를 넘어 사회적 기억을 환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품의 정서를 함축한 모자 포스터 역시 주목할 만하다. 주인공 영옥(신우빈)과 어머니 정순(염혜란)의 관계를 담은 이미지 위에 “나의 1998년과 어멍의 1949년이 마침내 맞닿는 순간”이라는 문구가 더해지며 세대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이끈다.

 

이처럼 ‘내 이름은’은 제주4·3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재현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관객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 영화제에서의 성과와 국내 관람 운동의 확산은 이 작품이 지닌 서사적 힘과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입증하는 지표로 읽힌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현재로 이어갈 것인가. 그리고 그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전달될 것인가. ‘내 이름은’이 만들어낸 공감의 흐름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 영화 ‘내 이름은’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