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전소민의 '열여덟 청춘', "교무실 심장을 깬 건 누구인가"

  • 등록 2026.04.02 1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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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열여덟에게는 위로를, 어른들에게는 잊힌 낭만을 건네는 기록

 

3월 29일, 씨네큐 신도림에서 영화 '열여덟 청춘'의 GV가 마련됐다. 씨네21 정재현 기자의 진행 아래 어일선 감독과 배우 전소민, 추소정, 박서연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작품이 내포한 교육적 철학과 캐릭터 이면의 결핍, 그리고 창작자와 연기자가 공유한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장이 됐다.

 

박수현 작가의 소설 <열여덟 너의 존재감>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출발점에 대해 어일선 감독은 '소통의 도구'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소설이 문자를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면, 영화는 시각적 직관을 통해 감정을 즉각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어 감독은 원작의 설정 중 '마음 일기'에 주목했다. 그는 열여덟이라는 나이는 스스로의 마음조차 정의하기 어려운 혼란의 시기라며 기록된 일기를 통해 서로를 읽어주는 과정이 진정한 소통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따뜻한 시선의 근간이 된다.

 

배우들은 텍스트 너머에 존재하는 인물의 전사와 심리적 동기를 분석적으로 풀어냈다. 주인공 희주 역을 맡은 전소민은 인물을 학생들의 감정선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조력자로 해석했다. 특히 버스 터미널에서 제자의 지갑을 기다려준 행위에 대해 아픔을 알아챘다기보다는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인간적인 호기심이 발동한 결과라고 설명하며 인물의 능동적인 성격을 강조했다. 또한 예절 수업 장면에서 발로 문을 닫는 액팅은 단정한 외양을 유지하려는 희주의 강박과 유머러스한 일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설정이었음을 공개했다.

 

완벽한 성적과 배경을 가진 경희 역의 추소정은 캐릭터가 학교 유리창을 깨는 파격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를 '사소한 관심에 대한 갈증'으로 분석했다. 추소정은 모두가 경희의 미래를 창창하다고 보지만 정작 본인은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몰라 어긋난 선택을 한다며 인물이 가진 심리적 결핍에 공감했음을 전했다.

 

이지 역의 박서연은 이지라는 인물에게 있어 희주 선생님은 삶의 '귀인'과 같은 존재라고 정의했다. 경찰대를 꿈꾸던 소녀가 사제 간의 교감을 통해 타인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학교 공간에 대한 담론도 이어졌다. 실제 학교 급식실에서 식사하며 촬영에 임했던 배우들의 에피소드는 현장의 생동감을 더했다. 어일선 감독은 경희와 이지가 밤에 다투는 롱테이크 장면에 대해 연출적 의도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컷을 나누어 특정 감정을 강요하기보다 학교 담벼락에 기대어 날것 그대로의 청춘을 한 폭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 끝에 완성된 이 장면은 인물들이 서로에게 흡수되고 화해하는 과정을 물리적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보여주는 미학적 성취를 이룬다.

 

관객과의 질의응답 중 적정 관람 연령에 대한 질문에 전소민은 지금 처한 상황에 따라 발견하는 것이 다르기에 특정 나이는 의미가 없다고 답변했고, 이는 예술 작품이 수용자의 현재 상태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유동적인 존재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고등학생 관객이 전한 공부하며 느끼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영화와 맞닿아 있다는 소회는, 이 영화가 세대를 아울러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어일선 감독은 교무실이라는 교육의 심장을 깬 것은 기성세대가 만든 최고의 우등생이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미지의 세계인 아프리카를 꿈꾸는 아이들의 두려움을 읽어주는 것이 이 영화의 본질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영화 '열여덟 청춘'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는 위로를, 그 시절을 지나온 성인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낭만과 회환을 동시에 선사한다. 감정의 과잉 없이 담백하게 그려낸 이들의 성장은 한국 청춘 영화의 새로운 문법을 제시한다.

 

영화 '열여덟 청춘'은 감정의 과잉을 배제한 담백한 시선으로 청춘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서정적이면서도 서늘한 성장의 기록을 완성했다. 방황하는 열여덟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그 시절을 지나온 성인들에게는 잊힌 낭만과 회한을 동시에 전하는 이 작품은 타인에 대한 사려 깊은 '이해'를 통해 우리 모두의 결핍을 어루만진다. 이는 스크린 안팎의 모든 '은성이'들을 구원하려는 희주의 진심과 맞닿아 있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강력하고도 아름다운 영화적 위로가 된다.

 

 

영상 : 영화 '열여덟 청춘' GV [뮤즈온에어] 

임수진 기자 editor@museonai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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