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354회가 방영된 지난 5일, 개그우먼 이수지와 이영자의 20년 세월을 관통한 특별한 인연이 전파를 탔다. 유쾌한 웃음 속에서도 후배의 성장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선배의 시선, 그리고 진심 어린 존경과 감동이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 방송에서 이수지는 이영자의 세컨드 하우스 ‘유미하우스’를 찾았다. 한여름 초록빛으로 물든 정원과 보리수, 뱀딸기 등 각종 열매가 자라나는 풍경 속에서 두 사람은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대화를 나눴다. 겉으로는 티격태격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그 안에는 20년 전부터 이어진 깊은 인연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이수지가 이영자를 처음 만난 건 무려 고등학생 시절. 당시 개그우먼이 되고 싶었던 소녀는 아버지와 절친했던 이영자의 매니저 한훈 씨의 도움으로, 꿈의 선배 이영자를 찾아갔다. 리코더로 개인기를 선보였지만, 돌아온 평가는 냉정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개그맨 못 돼.” 상처받은 이수지는 눈물로 돌아섰지만, 훗날 그 평가가 아버지의 요청으로 일부러 엄하게 한 조언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영자는 “내 눈이 동태였다”며 당시를 자책했고, 이수지는 “선배님은 사주를 받은 것뿐”이라며 웃으며 받아쳤다. 하지만 이어진 이영자의 고백은 진심 그 자체였다. “린자오밍 때부터 너의 개그가 너무 좋았어. 지금은 너의 시대야.” 후배의 기량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선배의 말은 보는 이들까지 뭉클하게 했다.

방송에서는 이수지가 겪은 고충도 공개됐다. 사교육 패러디 캐릭터 ‘제이미맘’으로 사랑받은 반면, 유명인을 조롱했다는 오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고, 상처받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개그 철학을 밝혔다. 이에 이영자는 “웃기는 사람과 우스운 사람 사이에서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자신의 상처도 꺼내놓으며 공감과 위로를 더했다.
또한 이수지는 한때 개그계를 떠나 배우를 꿈꾸며 오디션에 도전했던 일화도 털어놨다. “남편이 다시 SNL 한다고 해서 오디션 보라 했어요. 그게 다시 시작이었죠.” 꾸준히 자신을 다듬고 변화를 꾀한 그의 이야기는 많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대목이다.

유미하우스에서의 여름방학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이수지는 직접 보리수 열매를 따고, 완두콩을 수확하며 소박한 노동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영자는 “완두콩은 너 아기 줘라”며 자녀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고, 이수지는 “네 살인데 20kg, 상위 1%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처럼 개인의 삶과 웃음이 교차한 순간들은 시청자들에게 인간적인 공감과 미소를 동시에 안겼다.
무대 위 화려한 조명과 달리, 이들의 진짜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과 따뜻한 진심에서 피어났다. 20년 전의 만남이 상처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깊은 우정과 존경으로 피어난 이수지와 이영자의 관계는, 개그우먼 후배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또 하나의 선례가 됐다. 이영자의 말처럼, 지금은 수지의 시대다. 그 시대를 이끌어갈 그녀의 개그가 얼마나 더 많은 웃음과 울림을 줄지, 그 귀추가 기대된다.
사진 :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캡쳐